652년 알렉산드리아를 출발한 이슬람 해적선이 이탈리아 남서쪽 지중해 최대의 섬 시칠리아의 수도 시라쿠사를 습격했다. 이슬람 해적선의 첫 등장이었다. 이후 북아프리카 이슬람 지역에서 계절풍을 타고 떠난 해적선들은 재물과 양식과 노동력을 찾아 이탈리아반도와 프랑스 남부 해안에 쇄도해 들어간다. 무려 1천 년 동안! 북아프리카 이슬람 사회는 이렇다 할 산업도 없이 사회의 존속 자체를 거의 전적으로 기독교 권역에 대한 노략질에 의존했다. 유럽인들은 그들을 ‘사라센인’으로 불렀다. 사라센인에게 해적질은 ‘이슬람의 집’을 넓히고 이교도들을 퇴치하는 ‘성전’(지하드)이기도 했다.
이슬람 해적들은 기동력 좋은 소형 선단을 몰아 해안 지역 마을과 도시들을 휩쓸면서 재물을 약탈했을 뿐 아니라 대규모 ‘사람사냥’을 벌였다. 건장한 남자들은 그들이 탄 배의 노잡이로 삼거나 노예시장에 팔아넘겼으며, 여자들은 이슬람으로 개종시켜 역시 가사노예로 팔거나 하렘 등에 넘겼다. ‘목욕장’이라는 이름의 수용소에 갇혀 있던 피랍 기독교도들은 수갑을 찬 채 강제노역에 동원됐고, 돈을 내고 이들을 빼내오기 위한 기독교 사제들과 기사들의 구출단체들이 결성되면서 비싼 몸값을 받아낼 수 있는 값진 상품 노릇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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